어릴 때 읽은 살아남기 시리즈가 생각난다. 한치 앞도 모르는 미지의 환경에서 새로운 걸 배우며 악착같이 살아남는 주인공들을 보며 재미있어했다.
그런데 어른으로서 현실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환경이 언제는 정글, 언제는 무인도로 변한다. 변화무쌍한 흐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다.
그런 스트레스 속에서도 사람은 ‘새로운 조직’이라는 미지로 뛰어들곤 한다. 도망만이 살 길이었거나 새로운 기회를 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뛰어든 곳에서 3MR(3-Month Review)이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이 난관을 이겨낼 수 있을까?
불편함의 꼬리를 찾아가기
출근 첫 날 자리에 앉아있으면 어색하다. 외딴 섬에 떨어진 기분. 그러나 정말 섬에 떨어졌다고 생각해보자. 무인도보다 적더라도 주민이 있는 섬이 안전할 것이다.
그렇기에 안전을 위해서라도 동료를 찾아야한다. 같은 직군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들에게 ‘제가 처음 와서 잘 몰라서 그런데…’로 운을 띄우며 물어보자.
최근 1~3개월 동안 ‘이건 좀 고쳐야겠는데’ 싶었던 것이 있으셨나요? → 이게 개선되면 어느 정도로 좋을 것 같으세요?
만약 3개월 정도 시간이 넉넉히 주어진다면, 어떤 작업을 하고 싶으세요?
불편함을 알아가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조직에서 일반적으로 중요한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에어브릿지에는 트래킹 링크라는 기능이 있다. 서비스 초기부터 있던 중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기능을 수정했을 때의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그렇기에 쉽게 고친다, 개선한다와 같은 선택을 하기 어렵다. 이걸 개선한다면 얼마나 효과를 크게 느낄까?
불편함을 인지만 해도 된다. 하지만 용기가 있다면 지금 이 시점에 건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습을 넘긴다면 어차피 계속 마주칠 것이니까.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좋은 조직인 경우에는) 초심자라는 방패를 쓰면 되니까.
나의 행동을 남을 통해 확인하기
함께 일을 하며 계속 신경쓰는 것이 있다. 나에 대한 기대치를 확인하고 양질의 피드백을 자주 받는 것이다. 그런데 막 합류한 시점부터 이를 얻어내기란 쉽지 않다.
잠깐 헬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좋은 헬스 트레이너분들의 공통적인 행동이 있다. 만약 내 동작이 이상하면, 트레이너 본인이 내가 어떻게 하는지를 따라해서 보여준다. 그 다음 올바른 동작을 보여주며 차이점을 찾게 한다.
이를 현실에 적용해보자. 동료를 좋은 헬스 트레이너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동료에게 내가 어떻게 일을 하고, 말을 하는지 따라해달라, 관찰해달라고 부탁해보자. 이는 단순히 제3자 시선을 넘어서는 힌트가 된다.
보통 관찰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다음일 가능성이 높다.
관찰자 본인에게 필요한 것
기존까지 없었기에 이질적으로(다르다고) 느낀 것
물어봤을 때 긍정적인 부분이라면, 이렇게 계속 해나가면 어떨 것 같은지 물어본 후에 점점 늘려가보자.
하지만 쎄한 느낌을 받았다면 고치거나 줄여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고, 어떤 상황이 있다면 그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물어보는 게 좋다.
좋은 조직은 첫 날부터 중요한 일을 한다
보통 출근 첫 주는 회사도 본인도 큰 기대가 없다. 하는 것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장비 세팅하고, 교육 듣고, 얼굴 외우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과연 좋은 상황인가?
3MR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본인은 증명을 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든다. 조직은 일을 하지 않는 자원이 생기니 손실이 발생한다.
조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들어온지 얼마 안되었으니까. 모르는 데 뭘 할 수 있겠어. 그러나 좋은 조직은 첫 날부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첫 날부터 중요한 일을 찾아야한다. 살아남는 것은 무엇인가. 계속 다닐 수도 있고, 빨리 다음 채비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