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smus와 디자인, 그리고 기술

기술과 디자인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인가

Rasmus Andersson이라는 디자이너를 알게 되었는데 많이 놀랐다. 홈페이지만 보는데도 뭔가 관점이 넓어지는 느낌… 🤔

Rasmus는 Figma, Spotify의 초기 멤버로 브랜드와 프로덕트 정체성을 정립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폰트 ‘Inter’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Facebook에서도 모바일 초기에 iOS, Messenger 디자인을 했고. 가장 놀랐던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 Spotify, Figma가 초기일 때 과감하게 들어가서 여러 가지를 일궈냈다 → 어떻게 이런 결정을 여러 번 할 수 있었을까?
  • GitHub를 보면 개발도 굉장히 잘하고 또 좋아한다 → 개발자인지 디자이너인지 GitHub만 보면 알 수가 없다!

홈페이지, 작업물을 보면 Rasmus가 디자인과 기술을 분리해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모든 환경에서 동일하고 정밀하게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하고 (이게 Figma의 드래깅 같은 기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임), 컴파일러나 워커를 직접 만들어 성능을 최적화하기도 한다. 색 구현도를 고민하기 위해 P3를 적용하기도 하고… Inter를 만든 이유도 Pixel-perfect한 폰트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찾아볼 수록 놀라움만 가득하다.


예전부터 “모든 디자이너가 코딩을 알아야 하는가?”에 관해 많은 논쟁이 있었다. 나는 코딩을 잘 할 필요는 없지만 알아두면 좋을 것이라는… 조금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할 때 말로만 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을까 생각을 해왔다. 우리가 기술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고, 또 그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요하면 안된다. 하지만, 기술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 같다.

대부분의 코딩은 ‘무엇을 해도 애매하고 모호한 것’의 연속이며, 그렇기에 기술을 둘러싼 환경이나 목적, 제약, 구조적인 부분 등을 계속 고민하고 찾아보며,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정답이 아닌 ‘더 좋은 답’에 가까워진다.

더 좋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비단 기술만으로는 안된다. 디자인과 개발 모두 본질적으로는 답을 찾는 과정이니까.


프론트엔드 개발자, 정확히는 사용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개발자들은 결국 디자이너와 혼합이 되지 않을까. 조금 과격하긴해도, 어느 시점이 오면 둘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지점이 생겨날 것 같다.

그런 세상이 오면, 나도 ‘개발자’라는 딱지를 떼고, 하나의 프로덕트를 만들어나가는 일을 한다는 걸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B2C든 B2B든. 무엇을 만들던. 그러니 개발도 열심히 하고 디자인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재밌는 건, 내가 좋아하는 React Core 팀의 Brian Vaughn도 디자이너 출신. 이들의 작업물을 보면, UI 뒷쪽에 필요한 최적화 등의 작업도 많고, DX(Developer Experience)를 많이 고민하는 것도 엿볼 수 있다.

무서운 마검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