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모음
요즘 드는 생각을 모아서

조각 하나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났더니 엄마가 ‘생일 축하해’라고 말했다. ‘음력 생일로 바꿔보라’에서 이야기했듯, 나는 음력이 가져다주는 불규칙함이 좋다. 그 불규칙함이 가족의 행복함, 그리고 1년을 무탈히 보냈다는 안도감을 더욱 크게 맛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늘도 일에 파묻혀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고, 또 검진을 앞두고 있어 부모님이 해주신 음식을 많이 먹지도 못했다. 내가 너무 무심한 것은 아닐까. 또 소중한 것들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닐까. 죄송한 마음이 밀려들었다.
가족과 친구 등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에게만 축하를 받고 싶다. 연한 것보다는 진한 것이 좋고, 빈말보단 꽉찬 직구가 좋으며, 가벼운 것보다는 무거운 것이 좋다. 생일을 쉽게 축하받고 싶지 않은 이유이다.
조각 둘
나는 밴드들의 이야기에서 제품과 협업에 관한 생각을 얻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언니네 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의 작업 스케치 영상을 보았는데, 보면 볼 수록 익숙한 대화처럼 느껴졌다. 효준을 이석원에, 나를 이능룡에 대입해 생각해보니까 비슷해보였다.
내가 보는 이석원은 원하는 그림과 느낌이 명확하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워서(말을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추상화 레벨이 높은 것에 가깝다) 들어보고 느껴봐야만 속이 풀리는 사람이다. 반면 이능룡은 이석원이 원하는 그림을 구현해야하는 사람이다보니 구체적이고 명확한 것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둘 다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는 같기에, 죽일듯 싫어하고 마음이 지쳐가면서도 끝까지 붙어있는다.
하나의 공고한, 같은 목표가 있다면, 어쩌겠나. 어떻게든 부대끼고 같이 가야한다. 대신 차라리 자주 싸울 수 밖에. 고집을 쉽게 꺾을 사람이면 창업을 안했을테니.
조각 셋
‘일이 그렇게 안 많은 것 같은데’ 싶다가도 이것저것 튀어나오고, 바쁘면서도 한숨 돌릴 때가 되면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건가?’ 하는 불안감이 든다. 출시 1~2달 전부터 평일은 적어도 10시간 이상, 보통 주말에도 틈틈이, 갈아넣듯이 달린지 벌써 6개월차가 되었다. 몸과 마음이 못 버틴다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 ‘고생’은 1급 중독 물질이라고 했던가. 창업자의 정신 건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생각해볼 수록 이건 예방이 가능한 문제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순식간에 빨려들어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