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을 끝으로 설리번 프로젝트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광화문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처음 만나 피자를 먹으며 1분만에 이름을 지었는데, 그때는 설리번 프로젝트를 7년 가까이 할 것이라고는 누가 알았을까요.
마지막 모임에서 모인 모두들은 꽤나 재밌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교를 휴학하고 스타트업을 일구는 친구들도 있었고, 취업과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본인이 만든 교육을 계기로 관련 대학원 석사를 밟는 친구도 있었고, 군대에서도 코딩을 하며 병영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만드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고집이 참 센 사람들입니다. 불안을 가지고도 남들이 말리는 것에 진심으로 달려들었고, 그로 인해 거하게 실패했지만(Epic failure) 그럼에도 즐거워하고 있으니까요. 저도 그 고집이 센 사람 중 한명으로 함께 설리번 프로젝트를 만들고, 이어나갈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와서 처음 설리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몇 가지 꿈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우연히 경험한 것, 당연하게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나, 지식의 흐름을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수직적 구조에서는 끝없는 마중물 없이는 지식이 흐르지 않으며 이내 고여버리고 맙니다. 이를 조금만 흔들고 기울인다면 누구나 선생님도, 학생도 될 수 있습니다. 그 때 비로서 지식은 교육(가르치고 길러지는 관계)이 아닌, 배움(아는 것을 쌓고 나누는 것)의 관계가 될 수 있습니다.
둘, 답을 스스로 찾는 것입니다. 경험한 적 없는 문제로부터 도망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난 문제로부터 무엇을 이해하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나요? 답을 찾는 것이 아닌 수많은 접근법 중 하나를 배우고, 마음에 안들면 본인이 새로운 접근법을 찾게끔 만들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셋, 사람의 힘으로 영원히 가는 교육 기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직, 구조, 상식도 달라질 것이고, 시스템을 만들어도 결국 사람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 마음이 오래 전해질 방법은 사람간의 느슨한 관계를 만드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을 받고, 불안하거나 걱정될 때는 버팀목이 되어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이뤄낼 수 있었을까요. 제 개인은 이를 하나도 제대로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적극적이질 못했고, 구조가 만들어지는데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함에도 이를 기다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10년 동안, 가볍더라도, 교육 프로젝트를 시도했지만 결국 모두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쓰리고 아픈 실패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설리번 프로젝트는 망했을 때가 시작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곳이 사라지더라도 위의 경험을 가졌던 누군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누군가에게 전해줄 것이라고, 그렇다면 하나의 설리번 프로젝트에서 N개의 설리번 프로젝트가 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설리번 프로젝트가 모두 끝난 지금, 후련함과 허무함이 교차합니다. 두려움도 있습니다. ‘커뮤니티’라고 부르는 공간이 무너지고, 변질되며, 이내 서로가 모두 단절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러한 두려움도 어떻게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친구들과 농담처럼 이야기했던 것이 있습니다. ‘인싸들은 모이면 누가 연애한다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는 모여서 하는 이야기라고 React 버전이 17이 되었다 이런 것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대혼돈의 멀티버스 속에서도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며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분들이 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모임을 통해 알았으니 말입니다.
참 행복하고도 운이 좋은 7년이었습니다. 추해지기 전에, 아쉬움과 피곤함이 함께 드는 지금, 설리번 프로젝트를 마무리합니다.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설리번 프로젝트 마지막 모임 | 2022-08-05 | AB180 라운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