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지 말지어다

실패하지 말지어다

실패를 피하라고 말하는 몇 안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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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한 유명인의 영상에, 자극을 받은 사람들의 댓글이 달린다. 일어나서 침대 정리부터 했다는 사람부터 접어둔 꿈을 다시 펼쳐보려고 한다는 사람까지. 돌아보면 실패가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영상과 글은 참 많다. 유명해지면 한 번씩은 다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실패는 대체 무엇일까? 실패의 정의가 모호하다보니 어디까지 이들의 말을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회복할 수 없으면 실패다

살면서 실패라고 생각했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아마 다양할 것이다. 가령 설탕을 소금으로 착각해서 음식 간을 했을 때, 다이어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혹은 믿고 산 주식이 반토막 났을 때… 그러나 내가 정의하는 실패는 ‘회복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창업자가 본인의 자원을 모두 부었지만 결국 폐업을 했고, 이로 인해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면 이는 실패가 맞다. 불행하게도 요즘 빈번하게 보고 듣는 이야기이다. 만약 회복할 수 없는 것이 실패라면, 나는 실패는 하면 안되는 것이고 또 피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TDD의 창시자 Kent Beck은 ‘Game Over Absorbs Future Winnings’에서 리스크 관리와 실패 비용을 쉽게 설명했다. 동전 던지기를 한다고 해보자. 앞면이 나오면 $1000를 얻고 뒷면이 나오면 $950을 잃는다. 자본금이 많을수록 감당 가능한 게임 라운드가 많으니 게임의 가치는 커질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돈을 모두 잃으면 더이상 게임을 할 수 없다. 게임 오버, 즉 실패 비용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회복 불가능한 실패는 단기적 이익뿐만 아니라 미래의 지속 가능성까지 빼앗는다. 지속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은, 9회말 2아웃 상황에 나온 타자가 되는 것이다. 당신에게 남은 카드는 ‘친다’ 밖에 없다. 어떻게든 해내야하는 생각은 사람을 맹목적으로 만들고, 결국 자신과 타인을 몰아붙여 좋지 않은 결말로 이끌고는 한다. 실패는 이렇게 위험하다.

실패가 아닌 레버리지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유명인들은 실패를 두려워말라고 하는 것일까? 본인들의 자본금이 많아서. 사람들을 구렁에 빠뜨리고 싶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여기서 재밌는 것이 있다. 유명인들이 ‘실패’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그것의 올바른 명칭이 ‘레버리지’라고 생각한다.

레버리지는 적은 자본으로 큰 규모의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다. 속된 말로 ‘빚 내서 돈 벌기’이다. 그렇기에 일정 부분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부채도 자산인 것처럼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면 투자로 볼 수 있다. 계획대로 안 풀리는 것 모두를 실패라고 부르면 우리는 실패한 인생을 산다. 그러나 만약 레버리지로 생각한다면, 이를 통해 교훈을 얻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레버리지로 인한 손해를 낮추기 위한 꾸준한 관리, 회복 가능한 최소한의 자본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가끔씩 묘비에 뭐라고 적을지 생각을 해보면 좋다. ‘나는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 보다는 ‘적극적으로 레버리지하며 살았다’는 문구를 보면 조금은 더 피식하지 않겠는가.

실패를 피하는 것은 상수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작은 인식의 변화를 통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실패인가? 레버리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