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 회고에 활력 불어넣기, Rewinding

기계적 회고에 활력 불어넣기, Rewinding

회복과 정리, 기대감을 심어주는 즉흥적인 실험

회고가 에너지를 빨아먹는 괴물처럼 느껴진다면 멈춰라. 해야하는 것으로 느껴져도 멈춰라. 회고는 더욱 즐거워질 수 있고, 힘이 나게 만들 수 있다.

즉흥적인 실험을 통해, 기계적인 회고를 회복된다, 정리된다, 다음주가 기대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회고로 바꿔냈다. 그것도 30분 만에. 최근에 했던 즉흥적인 실험 하나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친구의 회사를 도와주러 갔다. 그날은 금요일이어서 오후에 회고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몇시간 지켜보면서, 그리고 이전의 자료를 읽어보면서, 회고가 안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특정 인원의 대화 지분이 매우 높았다.

  • 회고 때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물어보니 답을 잘 못했다.

  • 이전 회고 기록을 보면 돌아가면서 회고를 하는데, 이전 사람의 감정에 다음 사람이 영향을 받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인지 점점 부정적으로 가는 때가 많아보였다.

  • 이야기가 모이지 않거나 명확히 확정되지 않는 모습이 있었다.

회고 시간이 되었고, 친구가 ‘오늘은 어떻게 회고를 해보면 좋을까요?’라며 운을 띄웠다.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주도권을 가져왔다. 그리고 즉흥으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실험 설계

먼저 풀고 싶은 문제(혹은 만들고 싶은 모습)을 떠올렸다.

  •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 영향을 받아 모두가 부정적으로 바뀌는 고리를 끊는다.

  • 내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 (ex. 이런 것도 있었구나, 이건 내가 몰랐던 부분인데 궁금해지네)

  • 회고가 끝나고 사람들이 회복되었다, 한 주를 정리했다, 다음주가 기대된다는 말을 한다.

다음으로, 시간이나 도구 등 변경 가능한 것이 있을지 고민을 했으나 제한이 있다고 느껴졌다. 대신 두 가지의 장치가 떠올랐다.

  • 격벽 (→ 노션의 토글을 활용)

    • 부정적 감정을 초반부터 영향받지 않게, 차례에 이야기할 때 숨기지 않게
  • 들려주기

    • 중요한 이야기를 끌어내게, 각자의 회상 능력을 최대로 쓰게

규칙

이를 토대로 즉흥으로 만든 회고는 다음과 같다.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1.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10분간 각자 적는다.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 알았으면 하는 것, 작업과 실수, 자랑과 푸념 등을 적는다. 이때 작성하는 내용은 상대방이 볼 수 없도록 벽을 세운다.

  2. 각자 작성한 내용을 펼쳐서 읽는다.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댓글을 달아 물어보며, 통찰이 생긴 것 같은 단어나 문장에는 색깔로 표시한다. 이때 다같이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은 내용이 있다면, 바로 아래의 ‘함께 이야기해봤으면 하는 내용’ 섹션으로 자유롭게 옮긴다.

  3. 함께 이야기해봤으면 하는 내용을 같이 보며 섹션에 추가한 사람이, 어떤 이유 때문에 그걸 넣었는지 이야기한다. 최대 시간 10분을 잡고 충분히, 균등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4. 전체적인 진행의 아쉬운 부분, 해보면 좋을 점들을 이야기한다. 그 뒤에 다음주에 해보고 싶은 것이 있을 짧게 이야기하며 마친다.


회고를 진행하면서 보았을 때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가 나왔고, 다른 분이 ‘이거 해보고 싶어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몇 분에게 따로 어땠는지 물어봤다.

처음에 따로 적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남들에게 뭘 들려줘야할지 고민하다가 끄적여서 냈는데 내껄 보고 사람들이 반응해줘서 기분이 좋았다는 이야기들을 받았다.

친구가 따로 해준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친구는 본인이 한 부정적 기운이 담긴 말에 타인이 영향받았던 적이 많았다는 걸 떠올렸고 반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같이 일하면서도 몰랐던 것이 튀어나와서 좋았다고 했다. 즉흥으로 해봤지만 문제는 어느 정도 푸는 데 성공한 것 같다.

Retrospective → Rewinding

Retrospective를 Retro + Perspective로 풀어보면, 과거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의미가 나온다. ‘관점’이라는 단어로 생각해보니 회고가 참 어려운 행위라는 걸 알았다.
과거를 바라보는 이유와 의미,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과거를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Rewinding이라는 이름을 이번 실험에 붙여보려고 한다.
금요일에서 월요일로 천천히 되감아보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과 감정을 찾아낸다. 각자가 찾은 걸 합쳐서 보며 통찰을 얻는다. 쉽게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