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과 사업가는 '가추'를 잘합니다

사기꾼과 사업가는 '가추'를 잘합니다

뇌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가설적 추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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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 이런저런 차이들이 있지만, 오늘은 후천적으로 따라잡을 수 있으면서, 매일 하면서 똑똑해지는 방법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바로 ‘가추(abduction)’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추, 뇌를 깨우는 강력한 사고법

가추는 주어진 사실에서 출발해 가장 그럴듯한 최선의 설명 방법을 추론해내는 일련의 사고 과정이다. 흔히 설적 론 또는 귀추라고 부른다.

가추에 재밌는 점이 있다면, 하면 할수록 사람의 뇌가 똑똑해진다는 점일 것이다. 뇌는 어떠한 상황을 그럴듯하게 설명해내는 과정에서 생각을 확장하고 다양한 자원을 연결하며 확률을 가늠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합쳐져 뇌의 능력을 급격하게 높인다. 말이 되게 설명해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사람은 똑똑해지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가추를 할 수 있게 되면 더더욱 똑똑해지는 것이다.

가추를 잘하는 두 부류의 사람들

그렇다면 가추를 잘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말이 안 되는 것을 말이 되게 만드는 사람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가추를 가장 잘 사용하는 부류로 사기꾼과 사업가를 꼽을 수 있다.

사업가는 스페이스X로 설명하는 것이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화성 이주를 비롯한 인류의 다행성 종족화를 위해서는(이것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우주 탐사 비용이 낮아져야 한다. 우주 탐사 비용이 낮아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스페이스X는 ‘로켓을 재사용한다’라는 연결고리를 제시했다. 팰콘9의 2단 로켓이 지상에 재착륙하는 것을 보기 전까지, 다들 불가능하다, 말이 안 된다고 했지만, 그들은 이것저것 연결을 되어 말이 되게 설명했고, 결과는 우리가 아는 것과 같다.

우리가 흔히 ‘사업 기회를 찾았다’고 말하는 것도 가추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계좌에서 돈을 입출금하는 CMS(Cash Management Service)를 보고 토스가 송금 앱을, 텀블벅이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를 만든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모두 하고 있는 일을 말이 되게 설명해주는 연결고리를 찾아낸 것이다.

사기꾼과 사업가, 그들의 차이

그럼 사업가는 알겠는데, 대체 사기꾼은 왜 나온 것인가? 다들 뉴스에 나오는 사기꾼의 사기 수법을 보며 ‘영악하다’와 함께 ‘머리는 좋다’를 함께 떠올린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똑똑하다. 가추를 잘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사기꾼과 사업가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느껴진다. 물론 종이가 조금 두껍긴 하다. 이러한 종이는 보통 가추를 어느 영역에 적용하는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사기꾼과 사업가 모두 ‘아이디어’의 측면으로 가능성이 높은 것을 탐색하는 데 가추를 사용한다. 다만, 사기꾼은 추가적으로 가추를 자기합리화와 방어, 면피를 위해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겠다.

조금 씁쓸한 이야기도 있다. 사업에 실패한 사업가는 사기꾼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사업이 어려워져 주위에서 돈을 빌리기 시작하면서 주변에서 자신을 마치 사기꾼처럼 바라보고 대하는 것을 견디는 것이 힘들었다는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그러한 상황은 언제나 찾아오고, 그때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때

살짝 씁쓸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똑똑해지고 싶다면 가추를 훈련해보자. 뇌의 능력을 단시간에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말이 안 되는 것을 떠올렸을 때, ‘말이 안되네’라고 생각하고 의견을 접은 적이 꽤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 의견을 접지 않고, 말이 안되는 것을 말이 되게 설명해보려고 노력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가추를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게 된다면, 우리도 사기꾼 혹은 사업가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글을 읽는 분들이 사기꾼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