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links
라는 이름의 채널이 있다. 누구나 링크를 올릴 수 있는 채널로, 업계의 소식부터 유익한 자료나 꿀팁, 유머 등 다양하게 올라온다. 많으면 하루에 20개도 올라오니 나름 활발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입사했을 때부터, 살짝 버려진듯한 이 채널을 가꿔나가기 시작했다. 반 정도는 그냥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아서, 반 정도는 이 채널을 통해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황무지를 먼저 개척하는 사람들에게는 특권이 주어진다. 나에게도 특권이 주어졌고 이 채널에 몇 가지 비밀을 심을 수 있었다. 이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변덕을 부려 적어보려고 한다.
어떤 목적의 채널인가?
아마 #all-links
채널을 사람들은 여러 ‘슬랙 채널’이라는 서랍들 중에서 업계 소식 올라오는 곳 정도로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채널의 목표를 그것만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링크’는 정보를 연결하는 매개체이면서, 동시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구심점이다. 업계 동향, 뉴스 등 카테고리 별로 분류하면 더 깔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서는 ‘창발’이 일어날 수 없다.
‘창발’은 구성 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전체 구조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식노동에서 개인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 조직의 능률과 효과는 얼마나 클까?
링크를 기반으로 한 창발(우연한 마주침)이 일어나는 곳.
링크를 공유하며 서로 정보를 나누고, 또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것도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라며 떠올려보고, 그걸 빠르게 실행으로 옮겨보는 곳이 되길 바라고 있다.
비밀 규칙들
#all-links
채널에는 비밀 규칙들이 있다.
하나, 이미 올라온 내용이나 링크를 중복이라며 잡지 않는다.
슬랙의 특성상 짧은 시간에도 대화가 슉슉 넘어갈 수 있다. 그러다보니 채널에 뭐가 올라왔는지 모를 수도 있다. 거기에 대고 ‘이미 올라왔어요’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만약 무언가가 중복해서 올라온다면, 그게 꽤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정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둘, 유익한 링크는 되려 요약하여 올리지 않는다.
예전에 한 분이 ‘올려주시는 링크가 너무 좋은데 요약을 해주시면 안되냐’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물론 약간의 정보 제공은 필요하지만 나는 굳이 요약을 적지는 않는다.
취사 선택한 정보는 기억에 남지 않고, 읽는 사람에게 되려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 다른 관점에서의 이야기도 궁금하기도 하다. 그래서 굳이 요약하고 싶지는 않나보다.
셋, 같이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담당자를 멘션한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투자 기사가 올라오면 세일즈 팀을 멘션한다. 자금이 생기면 사업 확장 과정에서 마케팅이 필요해지기에 우리 도구를 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보를 그냥 정보로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우리가 이 정보로 어떤 액션을 해볼 것인지가 더욱 중요하다. 그래야만 이 채널에 글을 올릴 수록, 나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돌아보기
그렇다면 내가 바라는 효과들이 이뤄지고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든다.
먼저, #all-links
채널에 참여하는 사람이 정해져있다.
정보를 인지는 하지만 활용까지 하는지 알기 어려워서 걱정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혹은 미처 인지하지 못한 분위기가 채널 내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걸 여기에 올려도 될까?’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면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또, 점점 하위 주제들로 파편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를 경계하는 이유 중에는 탐색의 어려움도 있지만, 채널의 성격이 ‘공유’가 아니라 ‘훈계’처럼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걸 올렸는데 왜 안 봤냐고 말한다던가. #mobile-growth-learnings
같이 의도와 다르게 동작할까봐 걱정되는 채널들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구조가 있음을 확인했기에 뿌듯함을 느낀다.
예전에 내가 올렸던 ‘Mom Test’를 보고 Global CSM분들이 내부 스터디를 해주셨다. 나는 요즘 디자이너분께서 공유해주신 고등과학원의 웹진 ‘HORIZON’에 푹 빠져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그런 공간이 이곳에 있다. 동기부여가 아닌 동기발견이 일어나는 곳이 있다. 그게 나에게는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그래서 더욱 애착이 생기나보다. 여전히 서로가 서로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