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게임 업계에서 60세 정년퇴직을 한 개발자가 나왔다는 소식으로 업계가 떠들썩했다.
개발자로 일을 한다고 말하면 항상 ‘오래 일할 수 없을 텐데 괜찮은지', ‘앞으로의 커리어 계획은 어떠한지' 많이 물어본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개발자’라는 직업은 불안정하게 느껴지는걸까. 그런 의미에서 위의 소식은 좋은 소식일 것이다.
최근에 나는 개발자로 일 하는 것에 많은 고민을 했다. 기술을 다루고 코드를 쓰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나, 그리고 리드로서 팀원을 성장시키고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해야하는 내가 충돌하다보니 고민만 잔뜩 쌓였다.
그러다가 골든래빗 출판사로부터 <개발자로서 살아남기>라는 책을 제공받아 읽게 되었다.
30년 커리어를 계획하라
본 책에서는 30년을 보고 개발자의 커리어 패스를 10년 단위로 나눠 각각 쌓아야 하는 경험이나 지식, 숙련도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성장의 10년’, ‘리딩의 10년’, ‘서포트의 10년’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 분명 프로그래밍 언어나 자료구조 등을 공부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것이 개발자의 전부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면 조금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 내가 속한 산업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문제에 공감해야 한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빠르게 만들어 반영해야 한다. 다른 팀원과 함께 고민하며 문제를 풀어나가고 프로세스를 견고하게 만드는 데 의견을 내야한다.
첫 10년에서는 개발 지식이 전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실제 ‘엔지니어링 역량’을 고민하고 쌓아야 한다. 그것이 다음 10년으로 넘어가는 열쇠가 되는 것 같다.
어쩌다 리드, 어쩌다 매지니먼트
그 다음 10년은 ‘매니지먼트 역량’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팀장 또는 리드라고 부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리드가 될 준비를 마친 뒤에 리드를 맡았다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업무 역량을 인정받았을 수도 있고, 급격하게 조직이 성장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해 떠밀려 맡았을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안오고 실무에서 멀어진다는 느낌에 걱정도 들 것이다.
업무 프로세스의 병목을 줄여 효율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것. 가용 가능한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기능을 개발하는 것. 팀 전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팀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듣는 것...
이를 통해 ‘제품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여기 10년에서 해야 할 고민과 행동인 것 같다.
개발자 커리어의 끝
마지막 10년은, 나의 시점에서 여전히 감도 안 오는 내용인데, 비즈니스 역량과 관련된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같이 일을 하는 업무 유관자들까지가 생각 범위였다면, 마지막 10년에서는 회사의 방향성이나 문화, 사업 방향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이 여기까지 가지 않고 시도하지도 않다보니, 이와 관련해서 외부로 드러나는 정보가 적거나 없다. 가볍게 실제로 읽어보면 좋은 내용들이 많다.
그나저나 일반 개발자가 VP나 C레벨로 가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
스스로 이룰 수 있는 일이기는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정리를 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내가 어떤 커리어를 쌓고 싶은지 돌아볼 수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책에서 나오는 내용 대부분이 블리자드의 내용이 많다. 블리자드의 문화, 업무 프로세스, 경험 등이 글쓴이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겠지만, 그 문화를 모든 회사에 참조해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다른 회사는 어떠했는지를 들으면서 이전 회사와 블리자드를 비교하고 싶기도 했고.
다른 하나는, 최근에 나오는 Individual Contributor(IC)나 Technical Expert 등 기술적 역량을 전문적으로 쌓아 기여하는 커리어 쪽의 내용이 적다는 점이다. 정말 모든 사람이 매니지먼트 역량을 쌓아서 리드나 매니저가 되어야할까?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개발자의 커리어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개발자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 앞으로의 성장이 막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