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재미가 붙으며 자연스럽게 무게와 횟수를 채워야한다는 강박이 들기 시작했다. 강박에 빠지는 날에는, 과하게 무게를 올리거나 세트 당 운동 횟수를 늘렸고, 그로 인해 무게와 횟수 모두 채우지 못해 기운이 떨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덤벨 숄더 프레스를 하던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무거운 덤벨을 계속 들다보니 자세도 무너지고 몸도 흔들렸는데, 그걸 본 트레이너님이 몇 가지를 하셨다.
먼저 작용 범위를 줄여도 괜찮다고 말하셨다. 범위를 70% 정도로 줄이니 몇 개를 더 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힘들어하니 운동 중에 더 가벼운 덤벨로 바꿔 10번을 시키셨다. 해낼 수 있었다.
운동이 끝나고 문득 ‘이렇게 해도 되나?’ 궁금해져서 트레이너님께 여쭤보았다. 그러자 ‘볼륨을 생각하자’는 답이 돌아왔다.
운동 능력은 ‘무게 ✕ 횟수 = 볼륨’으로 나타낼 수 있다.
볼륨을 목표로 잡으면 무게와 횟수는 조정 가능한 값으로 바뀐다. 무겁게 해보며 볼륨을 채우다 안되면 가벼운 걸로 해보면 된다. 다만, ‘템포’를 유지해서 근육이 계속 자극받게 만들어야한다.
볼륨을 생각하면 무게와 횟수는 더이상 목표가 아닌 ‘요소’가 된다. 요소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그걸 깨닫자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나의 템포로 재미를 붙여가며 운동을 하면 되는 것인데. 한편으로는 요소를 어떻게 활용해 운동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목표라고 생각하던 것이 사실 요소인 것은 아닐까. 목표를 인수분해해서 요소를 뽑아볼 수는 없을까. 막막할 때 종종 외울 것 같다. 볼륨을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