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B 회사들을 보면 카나리아 새들의 떼죽음이 보이는 것만 같아 마음 아플 때가 많다.
탄광에 들어가는 광부들은 항상 손에 카나리아 케이지를 쥐었다. 산소포화도에 민감한 카나리아가 울기 시작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빠져나왔다.
모든 조직에는 카나리아가 있다. 회사 안팎에서 위험을 감지해 내부에 이야기하려 애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를 위해,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혹은 조직에 느끼는 애정 혹은 애증으로 그들은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들은 더이상 입을 열지 않게 되고 이내 사라져버리고 만다.
그들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것들을 들어주는 이가 없다. 설사 듣는다고 해도 바뀌지 않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것이 하나둘 쌓이며 품어왔던 기대도, 바꾸고 싶다는 마음도 모두 접은 채 모두들 상처투성이로 떠나게 된다. 카나리아의 죽음이다.
반복되는 비극들
시리즈B 회사들에서 카나리아 새들이 죽는 모습을, 나는 정말 많이 들었고 가까운 곳에서 보아왔다.
회사, 정확히 조직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카나리아 새를 죽이고 쌓아두었던 곳간을 소진한다. 곳간에는 자금도, 구성원/제품의 신뢰도 있었을 것이다. 그 곳간이 모두 바닥나기 직전에 문제를 겨우 알아차린다.
그제야 어떻게든 만회해보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너무 커버린 문제를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결국 ‘버틸 수 없다’ 혹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을 내보낸다.
수많은 곳에서 같은 실수가 벌어지고 카나리아 새들의 비극은 계속된다.
스위스 치즈 모델
스위스 치즈 모델(The Swiss Cheese Model)이 있다. 사고, 실수가 발생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위험 관리 모델이다. 각 방어막에는 구멍이 있는데 이러한 구멍들이 일직선상으로 맞춰지면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조직에는 여러 체계와 층위가 존재하며 그곳에는 크고 작은 구멍들이 있다. 구멍들 여러 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문제가 벌어진다는 점에서, 조직의 문제를 빼놓고 원인을 파악할 수는 없는 것이다.
NYT, The Swiss Cheese Model of Pandemic Defense
조직에는 이러한 구멍을 먼저 발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구멍을 메꾸거나 위치를 바꾸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혼자 막을 수 있다면 이미 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문제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구멍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 팀들의, 그리고 리더십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도움을 요청하는 그들에게 돌아오는 말은 대부분 이렇다.
- 이게 중요한가요? (중요한 건 알겠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 작업을 하면서 같이 개선하면 안되나요? (리소스가 없어요)
- 그럼 OO님이 해주세요 (하지만 그럴 권한도, 정보도 없다)
물론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당사자들은 얼마나 막막하고 답답함을 느꼈을지 마음이 아프다. 한편으로 위처럼 말을 했던 사람들도 그 상황이 현실이 되었을 때 얼마나 죄책감을 느낄지도 떠오르게 된다.
무엇을 해야하는가
모든 카나리아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죽음과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스위스 치즈 모델을 설명하며, 혼자서는 문제를 완전히 녹여 없애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나는 접점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할 것 같다. 온갖 팀의 사람들이 요즘 하는 일과 고민을 이야기하고, 거기서 ‘저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해볼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프로세스나 R&R을 말한다면, 특히 보안이나 재무 등이 아니라면, 나는 우리가 무언가 잘못을 하고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들이 실행에 있어 부족함이 없도록 도울 의무가 리더십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있다. 경험적으로 대부분은 정보가 부족하거나 시간이 없다는 것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충분하고 의미 있는 회고 자리도 짧은 주기로 만들 것 같다. 문제를 해결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은 오늘이다. 그렇다면 문제 상황을 빠르게 인식할 수 있는 적절한 자리를 생각할 것 같다. 회고가 가장 적합할 것 같다. 상황을 전체적으로 돌아보고,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서 차이점도 찾아보고, 더 잘할 수 있었을 방법도 찾아보고.
기대는 변화의 가능성에서 온다.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기대를 품을 수조차 없다.
지금의 회사도 시리즈B 단계여서 많은 카나리아 새들을 죽일까봐 두렵다. 이미 떠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다음 카나리아는 내가 될지도 모른다.
카나리아 새들이 계속해서 지저귈 때 시끄럽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카나리아는 이유 없이 지저귀지 않는다. 그 소리가 나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하려고 하는가에 귀를 귀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