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으로 변신할 것인가?”
인간이 늘 변하고 있다면 ‘나는 누구인가’보다 차라리 이렇게 물어야하지 않을까. 자기가 누군지 알고 싶은 욕망만큼 강렬한 것이, 자기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 싶은 열망이다.
김영민 교수의 『무엇으로 변신할 것인가』라는 칼럼의 도입부를 읽고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무언가 바꾸고 또 바뀌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굉장히 쉽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키가 크고, 살이 붙고, 때론 면접에서 있어보이게 말해보려고 하고. 우리에게 변신은 일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변신을 망설인다. 초록, 분홍 셔츠가 어울려도 사본 적이 없어서 안 사게 되더라. 회의가 늘어져도 멈춰세우지 못하고 속으로 참게 되더라. 좋은 조건의 이직/창업 제의가 와도 두려움이 커져서 포기하게 되더라. 어떻게 하면 좋을까.
Juxtaposition
변신의 여러 방법 중에는 의태가 있다. 이걸 병치(Juxtaposition)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 그리고 내가 닮고 싶은 무언가를 나란히 둔다. 무언가에서 요소를 뽑아낸 뒤에 나에게 이식시킬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한다.
마침 이번주에 병치를 통해 회의를 변신시켰다. 디자인 팀, 프론트엔드 팀이 모여 디자인 스펙 문서 개선 회의를 했다. 그런데 회의에서 불편한 것, 없는 것 이야기만 잔뜩 나오니까 힘이 빠지더라. 힘이 나면서 발전적일 수는 없을까. 그래서 한 번 비틀어보기로 했다.
제안을 하나 했다. 디자이너분들 각자 최근에 작성하신 문서를 나란히 비교해보자. 의도를 물어보면서 ‘이건 좀 괜찮은데?’ 싶은 것들을 찾아보자. 그렇게 해보니 5분 안에 효과가 있었다.
한 분의 문서에 ‘컴포넌트 작업장’이 있었다. 내가 보니 이게 있으면 추가 UI 가이드가 없어도 되고 디자이너분의 화면 업데이트도 빨라진다. 그분께 이걸 알고 계시냐고 물었더니 정말 깜짝 놀라셨다.
이외에도 몇 가지 요소를 더 발견했고, 다음 미팅 전까지 디자이너분들 각자 문서에 맘에 드는 것들을 적용해보고 후기를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병치를 통해 변화의 좋은 시작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내일은 무엇으로 변신해볼까?
전문가의 특성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선택을 돌아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보고, 또 느낀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퍼즐이 풀리는듯 했다.
변화를 잘 체감한다. 다양한 축으로 비교하며 변화 포인트를 찾아낸다. 변화를 두렵지 않게 느끼고 실패해도 병치의 기회로 여긴다. 큰 변화도 작고 쉬운 변화부터 만들 수 있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변화를 커다란 것으로 느끼지 않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무언가를 바꿀 수도, 바꿔낼 수도 있게 된다.
변신이 익숙함을 넘어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바뀌어야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사는 것보다 ‘내일은 무엇으로 변신해볼까?’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사는 것이 즐겁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