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Just Decided To

We Just Decided To

7년 전 입사하기 전에 품은 꿈은 여전한가요?

HBO 드라마 뉴스룸(The Newsroom) 1화는 지금도 떠오를 정도로 생생한 장면들이 많았다.
오늘은 유난히 몇몇 장면이 더 생생하게 떠오른다.

시추선이 폭발해 선원들이 실종되고 석유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속보 알림(News Alert)이 올라온다. 아직 ‘관심’ 단계의 알림에, 거대 기업들이 얽혀있다보니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끊임없는 설득과 노력에 긴급속보를 내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때부터 뉴스를 내보내기 위해 모두가 저마다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방금 새로 온 사람도 있는데. 스튜디오 확보, 최신 정보 수집, 인터뷰어 연락이 이뤄진다. 동시에 이슈를 넘어 시스템적인 문제를 다루려고 노력한다. 콘크리트 시험의 실패를 은폐하고 쓴 기업의 문제, 56명 밖에 안되는 정부 기관 인원이 매달 35,591개의 유정 시설을 점검해야하는 문제 등…

그 어떤 대본이나 준비 없이 시작한 긴급속보는 성공적으로 끝난다. 속보가 끝나고 나서야 ‘관심’ 단계였던 알림은 ‘위급’ 단계로 상향된다. 뉴스 국장이 말한다. 우리는 10분 전에 뉴스를 잘 마쳤다. 어떻게 했냐고? 우리가 그러기로 마음먹었으니까(We Just Decided To).

아무것도 없이 일할 곳을 찾던 내게 그런 팀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동시에 내가 몸 담는 팀을 그렇게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영상의 2분 4초부터

2017년 4월에서 시간이 흘러 오늘. 그때의 마음을 떠올리면 복잡한 감정이 든다.

우린 살아남았다. 인큐베이터 공간을 빌려 10명이 있던 팀은 2개 층을 빌려 150명이 일을 하는 팀이 되었다. 전세계에서 손에 꼽는 파트너쉽들을 따냈다. 익히 들어봤을 서비스들이 고객이 되었다.

하지만 생존과 번영은 또다른 문제다. 상상도 못했던 문제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문을 두드린다. 일손은 부족하고 할 일은 많다.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을 만났을 때는 마음이 너무 힘들다.

그 많은 시간, 불안과 좌절을 넘어 살아남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죄책감과 무력감이 더욱 커진 것 같다. 언제부터 ‘더 잘하기 위한 노력’은 소홀해지고 ‘일을 쳐내자’는 생각만 한 것은 아닐까. 시작한 일을 잘 매듭지은 기억이 없는 건 왜일까. 그것이 하나씩 합쳐져 나와 우리를 ‘기능 공장(Feature Factory)’에 속하게 만든 것만 같았다.

뉴스룸을 다시 틀어본다. 그리고 내가 동경하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한다. 멀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굉장히 닮은 모습 역시 있다.

몸과 마음이 세월의 풍파를 맞았지만, 그래서 지금 떠난다고 해도 아무도 원망하지 않겠지만,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해진 것 같다. 조금만 더 꿈을 꾸고 싶다.

준비도 없고 대본도 없지만, 그 순간에 저마다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고, 그게 모두 합쳐져 본질에 다가가고 통찰을 만들어내는 것. 그런 팀에 가까워지게 돕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 말하고 싶다.

‘어떻게 했냐고? 우리가 그러기로 마음먹었으니까.’